운영자 칼럼

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떠나며 가장 아쉬워한 것

외국인 친구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간 뒤 "그게 그립다" 라고 말한 것들의 패턴. 그리고 한국의 어떤 면은 잘 옮겨지지 않는다는 단서.

양찬수 (Chansoo Yang)2026. 6. 15.수정 2026. 7. 28.4분 읽기

어떤 나라에 대한 가장 정직한 리뷰는, 방문자가 떠난 뒤에 그리워하는 것들입니다. 여행을 재현해보려고 자기 동네에서 시켜 먹는 음식, 내 나라에도 있었으면 싶은 작은 일상 습관, 떠나서야 다시 마주치고 알아채는 방문지 특유의 마찰. 외국인 친구들이 떠난 뒤 "그게 그립다" 라고 말한 것들의 패턴을 모아보니, 그들이 출발 전에 읽었던 어떤 가이드보다 유용한 리스트가 됐습니다.

편의점, 무조건 편의점

가장 자주 언급된 그리움은 큰 차이로 한국 편의점이었습니다. 정확히는 늦은 밤, 들어가서, 창가 자리에서 먹는 종류. 밤 11시의 라면, 즉석 덮밥, 갓 만든 계란 샌드위치, 바나나우유, 편의점 앞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친구와 마시는 맥주. 하나하나는 특별하지 않습니다. 다 합치면 다른 나라에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 카테고리가 됩니다.

7-Eleven 이 있는 도시에서 온 친구들은 처음엔 갸우뚱했습니다 — "우리 동네에도 편의점 있어요." 일주일 지내본 뒤엔 거의 다 동의했습니다. 음식 구성, 자리, 공간을 사회적으로 쓰는 방식 — 이걸 합치면 한국 편의점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됩니다. 한 친구는 "한국에서 가장 가져가고 싶었지만 가져갈 수 없는 부분" 이라고 말했습니다.

대중교통의 신뢰성

두 번째로 일관되게 그리워한 건 지하철이었습니다. 디자인이 아닙니다 — 좋은 지하철은 다른 도시에도 있습니다. 시간이었습니다. 한국 지하철 배차는 분 단위로 정확합니다. 버스는 앱에 뜬 시간에 옵니다. "이게 진짜 오기는 할까" 라는 정신적 부하는, 방문자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야 자기가 줄곧 그걸 짊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.

북미 대도시에서 온 한 친구는, 일주일 뒤 가장 좋았던 점이 "교통 앱을 2분에 한 번씩 안 보게 된 것" 이라고 했습니다. 그냥 역으로 걸어가면 열차가 있었다고. 자기가 그걸 그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.

반찬

음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 거의 모두가 반찬을 그리워했습니다. 유명한 메인 요리가 아닙니다 — 한식 한 끼마다 무료로 나오는 작은 접시들. 무절임, 콩나물무침, 김치, 감자조림. 친구들은 자기가 매 끼니 다섯 가지 채소를 먹고 있었다는 걸 집에 돌아가서 "메인 요리 한 접시" 의 세계로 복귀한 뒤에야 알았다고 했습니다.

몇몇은 집에서 간단한 반찬을 따라 만들어봤습니다. 아무도 그 경험을 성공적으로 재현하지 못했습니다. 그리움의 절반은 음식이고, 나머지 절반은 리듬입니다. 묻지 않아도 채워지는 작은 접시들, 메인 한 그릇 값에 한 상이 펼쳐지는 구조, 노력 없이 따라오는 채소의 다양성.

찜질방

찜질방은 리스트에 늦게 등장합니다 — 귀국 후 첫 대화가 아니라 두 번째, 세 번째 대화에 나옵니다. 초반의 낯섦을 넘긴 친구들 중 몇몇은 "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경험" 으로 꼽았습니다. 긴 목욕, 한증막, 음식, 수면실, 가벼운 사교 분위기를 한 공간에 묶은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재현하기 어렵습니다.

한 가지 — 도착 첫날 찜질방을 시도한 친구들은 좋아한 비율이 낮았습니다. 한국에 며칠 있어서 편해진 뒤 시도한 친구들은 대체로 다시 갔습니다. 순서가 중요합니다. 이제는 첫날 말고 3~4일 차에 권합니다.

늦은 밤의 안전감

많은 친구들이 — 특히 혼자 여행한 여성 친구들이 — "별 생각 없이 늦은 밤에 걸어서 숙소로 가도 되는 감각" 을 언급했습니다. 이 항목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. 동네, 시간, 개인 경험에 따라 다릅니다. 다만 "그게 그립다" 라는 코멘트가 반복적으로 나왔고, 일정표엔 절대 안 적히지만 여행의 결을 바꿔놓는 종류라 적어둡니다.

그리움이 0이었던 카테고리

솔직하게 떠나서 좋았던 것들도 있었습니다. 번화가 카페 가격 — 서울 인기 지역의 커피값은 싸지 않습니다. 주말 관광지의 인파. 세금 환급 카운터마다 다른 영수증 규칙. 미세먼지 나쁜 날의 공기. 적어두는 게 정직합니다. 후회까진 아니지만, 그리움도 아니었던 항목.

리스트의 전체 패턴은, 친구들이 가장 그리워한 건 일상 리듬에 속한 것들이었다는 점입니다 — 편의점, 반찬, 정확한 버스, 늦은 밤 산책. 헤드라인 명소가 아니었습니다. 헤드라인은 여행의 이유였습니다. 일상 리듬이 다시 오고 싶다는 이유가 되었습니다.